Roméo et Juliette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What to See




2009년 2월 1일(일) 18:00, 세종문화회관
double casting
Romeo - Nuno Resende
Juliette - Sophie Gemin
Nourice - Gwladys Fraioli
Lady Montaigu - Marie Klaus



영국 작가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쓴 이야기는 프랑스에 와서 뮤지컬이 되었습니다. 배경을 생각하면 영어로 말하는 것도 이상한 건 맞지만 '원전'이 영어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상식에 속하다 보니 프랑스어로 노래하고 말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건 어쩐지 신기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나봅니다. 2007년에 이미 한국에서 바람이 불었고 이번이 앙코르 공연이라고 하네요.

원본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죠.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을 거에요. 로미오와 줄리엣인걸요. 배경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해도 로미오라는 이름, 줄리엣이라는 이름,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원수진 가문의 아들과 딸이라는 것도, 두 사람의 친척이 분쟁 중에 죽는다는 것도, 줄리엣이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먹는다는 것도, 그 두 사람이 결국은 죽는다는 것도, 소설의 내용인데도 옛날에 진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은 뮤지컬 버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좀 더 진지한 질문으로 바꿔 보면 이렇습니다. '내용은 정말 잘 아시죠? 그럼… 책을 제대로 읽어 보셨어요?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계시나요?' 큰 줄거리는 어린 시절부터 동화책처럼 학습된 터라 막상 어린이용이 아닌, 각색되거나 재창작된 것이 아닌 원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이로 인해 프랑스어로 공연되는 뮤지컬은 '줄거리는 뻔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게 됩니다.



영어판도 사실은 1968년의 이 영화를 '오리지널'로 생각하게 된다



일단 '익숙해서 좋은 점' 하나. 공연이 프랑스어로 진행된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극장 좌석에 비행기 좌석의 액정 화면처럼 작은 액정 창이 설치되어 있고 공연 내내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데, 사람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면 세부 내용은 자막을 봐야만 한다 해도 그 이전부터 도입부에서 빨간 옷과 파란 옷 패거리가 싸우고 있으면 빨간 옷이 캐퓰렛 가문이고 파란 옷은 몬태규 가문이라는 걸 누가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알 수 있습니다. 가면 무도회에서 운명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두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티볼트가 누구인지 머큐쇼가 누구인지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줄거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보다는 훨씬 더 친숙한 느낌이라는 부분은 '알 수 없는 언어로 진행되는 뮤지컬'임에도 부담감을 줄여주는 요인이 되네요.


그렇지만 모든 내용이 다 익숙한 것만은 아닙니다. 영화나 소설에선 없었던 '죽음(La Mort/ the Death)'의 존재가 뮤지컬에 포함이 되었고 이 역할이 뮤지컬의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와 머큐쇼, 벤볼리오 삼총사가 아무 생각 없이 어울려 다니는 스무 살 혈기 왕성한 청년들로 나오긴 하지만 로미오만큼은 '죽음'을 언제나 가까이에서 느끼고 가문 간의 첨예한 갈등에 고뇌하는 민감한 성격으로 묘사되지요. 뮤지컬 무대에서 한 마디도 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는 무대를 내려다보거나 때로는 격렬한 춤으로 죽음을 내리는 '죽음'이라는 등장인물은 내용에 상당한 무게감을 주게 됩니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마지막에 엇갈리는 과정'에도 여성의 모습을 한 죽음이 개입하는데 이 부분이 의외로 설득력이 있습니다.(동영상은 못 찾았지만)




Aimer par Romeo et Juliette



그리고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인'이라는 단어를 대표하는 전 세계 공식 커플 아니겠습니까. 사랑 빠지면 말이 안 되는 두 사람인데. 원작이나 영화에서의 '영국식 은근슬쩍 사랑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할 건 다 하지요)가 프랑스로 넘어오더니 '무도회에서 사랑에 빠진 순간 군더더기 다 떼고 일직선 정주행'으로 바뀌게 됩니다. 무도회에서 바로 입술과 입술이 오가고(어머나) 영화로 유명했던 발코니 장면은 '우리 결혼해야죠!' 로 처리되는 걸 보면 확실히 프랑스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더 화끈하긴 합니다. 21세기라 그런가.


뮤지컬이니만큼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Romeo et Juliette 에서 유명한 곡이라고 하면 역시나 두 사람들만의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Aimer(사랑한다는 것), Les Rois du Monde 가 있을텐데요. 그 외에도 이상하게 박자나 멜로디가 입에 붙는 곡이 있었습니다. 어딘가 드라마나 영화 혹은 CF 삽입곡으로 쓰인게 있었던 걸까요.




Les Rois du Monde par Romeo, Benvolio et Mercutio



그 외, 주인공들이 아닌 앙상블의 군무는 '에너지가 넘치는' 역동적인 춤이었습니다. 아크로바틱 댄스가 결합된 형태고 머큐쇼와 티볼트가 죽는 난투극 장면에선 겉옷을 벗어제치는 팬 서비스까지 확실합니다. 사람의 몸에 에너지가 가득하구나! 라는 느낌이 나서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들어가는 무대. 게다가 이 앙상블들은 무대 장치를 계속 옮기는 노가다도 하니까 보다보면 안쓰러워지기도 합니다. 장면 전환이 세련되지 않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옥의 티인데- 무대 장치를 계속 출연자들이(심지어 줄리엣마저!) 밀고 있는 걸 보면 '이게 프랑스식이려나' 괜히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마이크와 조명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빛을 적절하게 사용하는구나- 빛도 무대의 한 요소로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녹음된 음악으로 노래하는 이상 음질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음향 상태는 좋은 편이라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모두 다 시원시원하고 힘이 있어 듣는 사람들이 '저러다 삑사리나는 거 아냐?' 괜히 마음졸일 필요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죠. 언어가 다르다 해도 음악과 노래에 담긴 정서가 사람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게 하는 수단이 '그 자리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목소리'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이 뮤지컬을 극장에서 직접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Saluts에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니 보통 '앵콜~!'을 부르짖는 그 타이밍을 아예 별도의 제목으로 넣어 놨는데. 글쎄요, 한국에서만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메라 촬영이 허용됩니다. 사람들이 우루루 무대 앞으로 뛰쳐 나가는 건 좀 민망하긴 했지만 무대 전체를 보느라 자세히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는 건 잠시의 쪽팔림을 감수할만한 보람이 될 수 있긴 합니다.




해외 뮤지컬은 특성 상 당일 캐스팅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연 그 자체를 즐기는 데 캐스팅이 의미있는 건 아니다' 라는 의미이지요. 누가 공연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는 자신감이기도 하고요. 일요일 저녁 공연은 출연진이 다 나온 1부가 끝난 후 프로그램을 보고 확인한 대로는 'double casting'이었는데 포스터며 프로그램 가득 나온 '메인 캐스팅'으로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점은 사실 살짝 아쉽긴 합니다. 로미오 씨가 많이 작으셨던데다(…) 당일의 캐스팅을 모른다면 어쨌든 두 번 보기는 어려워지지 않겠어요. 게다가-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으니.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 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생생한 무대의 감각. 두근거리는 박자와 선명한 목소리, 그리고 공연을 보러 와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출연자들의 미소. 그 '살아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공연을 보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R석 15만원이라는 가격은 확실히 부담 그 자체입니다. 두 사람이 본다면 30만원의 지출을 각오해야 하니 '갱제도 어려운데' 큰 마음 먹지 않는다면 쉽게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진지하게 투자를 고려할만 합니다. 'main casting'이 걸릴 운은 하늘에 맡기고, 돌리세요!(로또)



덧글

  • 디트 2009/02/02 12:42 # 답글

    국어 선생님이 프랑스 매니아셔서(....) 시험 끝나고 2시간에 걸쳐서 보여주셨던 뮤지컬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어째 맨 처음에 영주가 부르는 노래가 마음에 들었더랬습니다.
  • 우유차 2009/02/02 18:31 #

    아, Verone 이라는 곡 말씀하시는 거군요. http://kr.youtube.com/watch?v=ODGZ9dluqRE
    관객을 바로 뮤지컬로 던져 넣는 신호탄으로 정말 잘 어울렸던 곡입니다. 노래에 대해서는 같이 본 분이 좀 더 섬세하게 이야기해주실 거라고 믿고 저는 전체적인 분위기만 이야기했어요. ^^
  • 수려 2009/02/03 01:36 # 답글

    ♡♡♡♡♡♡♡♡♡♡♡♡♡
    리뷰는 내일 마저!ㅠㅠ
댓글 입력 영역